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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이 끝날 때에는 학급 앨범에 선생님들말고 친구들 사인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가 머리에 가득한 알루미늄 포일을 흔들며 고
개를 젓는다.
“아니, 너는 계속 윈스턴에 다닐 거야.”
원대하게 꿈꾸던 ‘새로운 나’ 계획이 금세 와르르 무너진
다. 나는 너무 빽빽한 파마 롤러 하나를 잡아당긴다.
“하지만 방금 우리는 돈이 없…….”
엄마는 서둘러 내 입을 막는다. 우리 식당에서 가끔 화학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내가 흘리기라도 한 것처럼.
“조용히 하고 들어 봐. 비즐리 선생님이 네가 시험에서
98점 이상을 받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그러니까
계속 윈스턴에 다니는 거야. 공짜로.”
엄마가 ‘공짜’라는 말을 강조한다.
“네? 무슨 시험요?”
엄마가 의자를 나에게 더 바짝 붙이고 핸드폰에서 이메일
을 보여 준다.
“전국학력평가시험이야. 시험 날짜는 8월 16일.”
“네?”
내가 목을 어찌나 빨리 돌렸는지 거대한 파마 기계의 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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