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져 주셔서.

                     쿨렁 쿨렁 쿨렁. 쏴아아.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파마 기계가 삐삐거리자 미용사가 급히 다가와서 헤어 롤

                   러를 푼다. 그런 뒤 내 머리에 과일향이 나는 제품을 뿌리고
                   다시 한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마음에 드니?”

                     미용사가 의자를 돌려서 내게 거울을 보여 준다.

                     혼란해진 나는 어깨에 늘어진 축축한 곱슬머리를 손으로

                   만지며 말한다.
                     “이전하고…… 똑같아요.”

                     그리고 억지로 웃는다.

                     머리가 라면 같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왜 말을 해? 어차피 아무도 듣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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