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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두피 여기저기를 꼭꼭 찌르며 기계의 다이얼을 조정
한다.
“괜찮지?”
“네.”
나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머리 뚜껑이 확 열려 버릴 것만
같다.
미용사가 엄마와 나를 미용실 중앙홀로 데리고 나간다.
엄마가 가운을 매만진다. 이번에는 이모들도 다 들을 수 있
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유미야, 네가 열심히 공부해서 윈스턴에서 좋은 성적을 받
으면 네 언니처럼 일류 대학에 갈 수 있어.”
으윽.
엄마는 틈만 나면 이렇게 언니 얘기와 언니가 척척 통과한
시험들을 읊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우리 언니는 진
짜로 천재이기 때문이다. 아이큐가 155이고, 멘사의 정식 회
원이다. 그리고 나는……, 그냥 나다. 그런데도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불가능한 기준을 내밀면서 나더러 ‘분발하라’고 한다.
너무하다.
“하지만 나는…….”
두피가 타오른다. 파마약 때문인지 엄마 때문인지 알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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