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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를 앞으로 빗어 내려서 얼굴 옆면을 가린다.
“쇼트커트를 하기에 볼륨이 별로 없어. 으음, 이렇게 하면
여드름을 가릴 수 있어.”
미용사는 ‘여드름’을 한국어로 말한다. 내가 한국어 실력
이 유창하진 않지만 여드름 정도는 알아듣는다.
“원장님 말씀이 맞아.”
엄마가 말한다.
배 속이 뒤틀린다.
“네,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런 스타일이 별
로…….”
미용사는 내 말을 자르고 엄마에게 말한다.
“파마할까요?”
“그래요. 얘한테는 그게 훨씬 나아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의자를 돌려 이모들과 수다를 떨
기 시작한다. 내가 뭐라고 말할 틈도 없이 엄마와 이모들은
다시 각종 소식과 소문을 퍼 나른다.
“그거 들었어? 호산나교회 김 목사님 아들이 코넬대에 합
격했대!”
“그 집 다른 아들은 어때? 왜 얼마 전 변호사 시험에 붙은
아들 있잖아. 키 큰 걔.”
#01 내 말 안 들려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