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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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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자기들이 엄청 웃긴 줄 알아. 우리더러 부리토 라
면서 멕시코로 돌아가래. 얼마나 무식한지 남미가 다 멕시코
인 줄 안다니까.”
라일라는 페루계 미국인이고 마리솔은 쿠바계 미국인인데,
둘은 말 그대로 단짝 중의 단짝이다. 뭐든 같이 하고, 친자매
처럼 가까우면서도 설탕과 소금처럼 정반대다. 라일라는 키가
작고 갈색 피부에, 누구에게나 환하게 웃어 주는 명랑하고 쾌
활한 수다쟁이다. 마리솔은 금발에 피부가 희고 기분파다. 하
지만 스투와 그 한심한 일당에 대한 분노로 똘똘 뭉칠 때면 그
런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리솔이 맞장구를 쳤다.
“갈수록 심해져. 문 앞에 서서 길을 막아 놓고 자기네가 벽
이래. 거기다 화를 내면 열 내지 말고 농담으로 받아들이라는
거야. 하나도 안 웃긴데.”
패트리스가 진저리를 쳤다.
“어휴, 진짜 지겨워.”
그때 라일라와 마리솔이 스페인어로 욕을 해서 한바탕 웃음
이 터졌다. 나까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욕은 다른 나라 말
로 하는 욕이 제맛인데 그중에서도 스페인어가 최고다. 기분
● 빵 토르티야에 다진 고기와 콩을 넣고 둘둘 말아 먹는 멕시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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