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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말고 행사를 준비해 보면 어때? 사람들이 생각하고
                 말하고 배울 수 있는 행사.”

                   라일라가 의욕적으로 손뼉을 치며 덧붙였다.

                   “우리 말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행사!”
                   라일라는 툭하면 박수를 친다. 라일라가 악기를 연주한다면

                 그건 분명 심벌즈일 것이다. 아주 타고난 연주자다.

                   들뜬 아이들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을 치켜떴다. 난 끼고 싶
                 은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

                   패트리스가 가볍게 내 팔을 때렸다.
                   “다 봤어, 주니.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마.”

                   “난 부정적인 게 아니야. 현실적인 거지. 우리가 뭘 해도 그

                 사람들 마음은 바뀌지 않을 텐데, 굳이 뭐 하러 해?”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마리솔뿐이었다.

                   “맞아. 우리한테 무슨 힘이 있어. 무슨 수로 우리 말을 듣게
                 만드냐고. 안 그래도 우리를 쓰레기 취급하는데 괜히 상황만

                 더 나빠질지도 몰라.”

                   마리솔의 말에 맞장구를 치려다가 패트리스의 눈을 보고 입
                 을 다물었다. 왼쪽 관자놀이가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그건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는 이유가 못돼! 오늘 일어난

                 일은 진짜 끔찍해. 너희 무섭지 않아? 학교에 겁먹은 학생들
                 이 많다고! 우리가 그걸 바꿔야 돼. 학교에 말해서 우리 말을

                 들어 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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