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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나요?”
                “매사에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과거에 그래야

              했던 상황이 있었나요?”

                “다른 사람이 자기 의견을 고집하거나 세게 밀어붙이면 당
              신은 어떻게 하나요?”

                한 사람의 과거를 탐방하면서 일상의 세밀한 부분을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과 맡고 있는 역할이 입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사례 속 여성은 엄마와 오빠를 모두 사랑했다. 그녀
              가 사랑을 주는 방식은 ‘사랑을 두고 싸우지 않는 것’이었다. 싸

              우려 들지 않고 오빠가 집에서 누리는 특권을 순순히 받아들이

              면 가족의 아낌과 돌봄을 받을 수 있었다. 그로써 오빠를 향한
              엄마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아빠로부터는 더 많은 기대

              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녀가 주권을 양도함
              으로써 자기 영역을 확대하고 공공연하게 부모의 사랑과 관심

              을 쟁취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대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가치 교환이자 그녀가 인생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러한 관점으로 그녀가 좀처럼 언쟁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

              하면 사연이 한층 풍부해진다. ‘싸우지 않기’는 그녀의 생존법이
              었고, 원가족은 그녀가 그렇게 행동하도록 묵인했다. 겉보기에

              그녀는 유약하고 주관도 없는 것 같았지만, 실은 이러한 가정에
              서 생존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전략을 택한 것이었다.

                대인과정이론은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30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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