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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감도 오빠가 먼저 골라 가져갔다. 그녀는 얌전한 딸 노릇에
              익숙해져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자 오

              빠는 유명 브랜드 가방과 신발을 신었지만 그녀는 시장에서 도

              매로 파는 싸구려 옷을 입었다. 엄마는 아들의 결핍을 채워주
              려고 온갖 호의를 베풀면서도 딸에게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참고 양보하라고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불공평하다는 생각
              이 자랐지만 그 억울한 감정이 불쑥 나올 때마다 스스로를 달

              래야 했다. ‘오빠는 불쌍하잖아. 엄마가 이렇게 하는 건 오빠에
              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야. 오빠는 아빠가 없으니까 내가 불평

              해서는 안 돼.’

                오빠는 자주 횡포를 부리고 자신을 무례하게 대했다. 늘 속
              박만 당하고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서도 엄마의 말을 떠올

              리며 그 모든 감정을 삼켰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엄마가 속상
              해하며 자신에게 실망할 것이고, 그럴수록 오빠의 입지와 존재

              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에겐 부모님이 모두 계시잖아. 그런데 오빠랑 다

              툴 필요가 있겠어?’

                자신을 짓누르고 쥐어짜는 사람에게 그녀는 늘 고분고분 순
              종했고, 석연찮은 감정이 올라와도 온갖 이유를 생각해내 합리

              화하며 외면했다. 심지어 불만을 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죄
              책감을 느꼈다. 이런 마음은 이후 남편과 대화할 때나 자녀 교

              육 문제 등을 결정할 때 계속해서 끼어들었다. 그녀는 그제야






              28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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