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P. 21

범사에 양보하는 것이 고매한 미덕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직무
                   태만임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자신을 짓누르고 함

                   부로 대하던 사람들에게 저항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점

                   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었다. 아이
                   는 주관 없는 엄마를 원망했고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괴로웠지만 바로잡을 방법을 몰랐다. 시누이는 여
                   전히 자기 고집대로 집안 대소사에 간섭하는데, 분명 자기 생

                   활이 침범당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맞설 힘이 없었다.






                     그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났을 리 없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상담하면서 나는 내담

                   자의 일상생활이 어떤지 자주 묻는다. 인생의 풍경이 그려지는
                   과정은 지표면이 형성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고, 모든 하루는 매분 매초의 바람, 햇살, 빗물로 이루

                   어진다. 그래서 상담 시간에 반드시 내담자의 일상에서 벌어지
                   는 사소한 일이나 과거 경험에 관해 묻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이다.
                     “시누이가 집에서 권력을 휘두를 때 기분이 어떤가요?”

                     “지금처럼 싫으면서도 익숙한 감정을 예전에도 경험한 적이






                   1장  상처받은 아이는 자라서 어떤 관계 문제를 겪는가                    29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