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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도 마찬가지였다. 생필품 채워 넣기, 과일 사기, 청소하기
와 같은 집안일 분배는 물론 모든 유형의 공동구매까지 일일이
챙겼다. 가족들은 모두 시누이를 의지하면서도 두려워했다. 시
누이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거나 불만을 사면 이러쿵저러쿵 뒷
말을 듣기 때문이었다.
사실 결혼 전 처음 이 집에 초대받았을 때부터 그녀는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다. 그래서 시누이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지지
했고 매사 시누이가 원하는 대로 밀고 나가도록 내버려두었으
며 이의 없이 고분고분 따랐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시누이의 말에 최대한 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가 생겼다. 아이를 어떤 유치원에
보낼지, 방과 후 학원에 보낼지 말지 등을 두고 부부끼리 상의
가 끝났는데도 매번 남편이 그 문제를 다시 시누이와 상의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분명 부부가 이미 합의를 본 문제인데 남
편은 시댁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면 태도가 달라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일테면 학원은 돈이 많이 드니 가장 간편하고
경제적인 방식으로 집에서 아이를 교육하자고 권하는 식이었
다. 그녀가 의지를 꺾지 않고 다시 설득하려 하면 남편은 ‘저 사
람이 언제부터 자기 의사가 이토록 확고했지?’라고 생각하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제야 그녀는 부부가 자주적으로 결정
을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 시아버지, 시어머
니, 시누이가 의견을 냈고 남편은 그 의견에 휘둘렸다. 지금껏
26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