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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온 가족이 맛있게 먹었다. 목살의 필요가 ‘진짜 필요’는 아
                 니었음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다.
                   돼지 앞다리살 사건뿐이랴. 봉투 살림을 시작하면서 진짜 필

                 요에 대한 선택지와 자주 마주했다. 자연스럽게 카페 발걸음이

                 줄었다. 아늑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기분 좋다. 그렇지만
                 매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필요는 없다. 카페 커피로 행복해
                 질 수 있기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카페도 매일 가면 이벤트

                 가 아니라 일상이 된다. 안 가는 날은 허전할 뿐이다. 이제는 주

                 말 나들이로 카페에 간다. 집 근처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을 주문해 텀블러에 담고, 아이들은 카페 앞 해변에서 모래놀
                 이를 한다. 이런 날, 바닷가 카페는 온 가족이 저마다의 즐거움

                 을 누리는 아지트가 된다. 그게 진짜 내게 ‘필요’한 행복이었다.

                   식비 가계부를 쓰지 않았다면 여전히 진짜 필요와 가짜 필요
                 를  구분하지 못했을 것이다. 샀을 때의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
                 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충동구매를 일삼았을 거다. 이제는 충

                 동구매를 줄여 차곡차곡 저축한다. 이게 진짜 재밌다. 물건 사

                 는 것보다 더 재밌다.
                   고작 10만 원을 더 저축하려고 했던 일이다. 푼돈을 모으려
                 는 노력이 삶을 바꿨다. 행복해지는 소비와 독이 되는 소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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