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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상하잖아. 해가 안 떠.”
“해가 뜬다고 하지는 않았잖아. 비가 적게 온다고 그랬지.”
“그게 그 말 아니야?”
나는 괜히 화가 났다. ‘왜 이렇게 장마가 오래가는 거야!’ 두
달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할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만 바보였다. 나는 안 될 줄 알면서도 아내에게
말했다.
“자기야. 우리 의류건조기 사자. 가스 타입도 괜찮아.”
아내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그 눈빛에는 ‘절대로 건조
기는 안 사기로 했잖아’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제 아내는
섣불리 화내지 않는다. 수년째 반복되는 나의 짜증에 도가 튼
것이다. 나는 이번에야말로 아내를 설득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차분히 주장을 펼쳤다. 의류건조기를 구매하자는 내 주
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하나, 장마철 빨래 처리가 몹시 힘들다. 기상 여건에 따라 빨
래를 처리하느라 많은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한다.
둘, 위생적이다. 의류건조기에는 이불의 먼지를 제거하는 기
능이 있고(나와 첫째 아이는 아토피가 조금 있다), 옷감을 뽀송뽀
168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