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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옆에서 사는 사람의 대변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그녀와 나의 전투












                   장마가 지겹게 이어졌다. 두 달째 날씨의 기본값은 흐림과
                 비였으며, 태양은 기분 내킬 때만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장마철은 앞으로도 길게 이어질 전망이라는 소식

                 이 들렸다. 나는 촉각을 곤두세운 채 하늘과 일기예보를 주시

                 했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기분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농부도 아니고, 저지대에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상
                 상황에 예민한가. 중대한 사유가 있다. 빨래 때문이다. 우리 집

                 에는 의류건조기가 없다. 구식 건조대에서 바람과 태양의 힘만

                 으로 빨래를 말린다. 네 식구의 빨래 수거함은 빠른 속도로 차
                 오른다. 여름철이라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쌓인 빨랫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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