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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우리 지구가 후대까지 존속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소
비를 줄이고, 수고로움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으로 옳
다는 믿음을 가지고 자부심을 느끼자.
넷, 물건 구입과 가계 건전성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 돈이
많다고 물건을 대량으로 사는 건 소비주의적인 관점이다. 우리
는 이미 풍요롭다. 그럼에도 돈을 쓰는 건 광고의 부추김에 우
리가 길들어진 영향이 크다. 코로나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야생동물 서식지 침범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
다. 소비 자체를 줄여야 한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론적으로 아내를 당해낼 수 없
다. 그리고 조금만 깊이 성찰해보면 자연보호와 다음 세대를
위해서 소비를 줄이는 게 옳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 나
는 의류건조기 구입 의사를 철회했다. 아내는 “나마스떼”라고
조용히 읊조리며 합장했다.
3년째 반복되는 의류건조기 입씨름. 데자뷔 현상처럼 매해
똑같은 논리가 오가고, 똑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질 걸 알
면서도 욕구불만의 정점에서 여지없이 “의류건조기 사자”라고
외친다. 다들 의류건조기 사고, 로봇청소기 사고, 텔레비전 사
170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