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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차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태양은 언제 나타나는 거야.’ 기상청에서는 해가 난
다는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당연히 강수량 0밀리미터가 꼭 화창한
날씨를 뜻하지는 않는다) 나는 왠지 속은 기분이었다. 결국 하늘
을 곁눈질하는 사이 “삐~” 알림음과 함께 세탁조가 회전을 멈
췄다. 바깥을 흘끗 보았다. 하늘은 무심히 어두웠다. 밝아질 의
지조차 없는 결연한 흐림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은 믿음을
버리지 못했다.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기적이라는 것도 있으니까.’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려 빨래 널기에 집중했다. 셔츠를 옷걸
이에 끼우기 전 힘주어 탁탁 털었다. 이렇게 하면 다림질할 필
요가 없어진다. 티셔츠도 마찬가지다. 털지 않으면 잔주름이
생겨서 입을 때 쭈글쭈글해진다. 그 사이 창밖에서는 소리 없
이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3밀리미터의 정체 같았
다. 기상청은 틀리지 않았다.
“밖에 무슨 일 있어? 왜 자꾸 베란다에 들락날락해.”
“비가 와서. 자기도 기상청 예보 같이 봤잖아.”
“응, 0~3밀리미터 온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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