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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를 파 먹으며 살았다. 자투리 적금도 했다. 카페 안 간 날은
3,000원, 외식 안 한 날에는 5,000원을 적금 통장에 넣어 돈을
모았다.
처음부터 잘하진 못했다. 저축하고도 돈이 남으면 마음껏 썼
다. 필요해서 쓴 게 아니라 ‘이만큼 아끼고도 남았구나’ 하는 마
음에 돈이 있으니 썼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늘 생활비를 염두
에 두며 소비하는 게 귀찮아졌다. 격하게 피곤했다.
‘아껴서 모아봤자 10만 원 더 저축하는 것뿐인데.’
10만 원만 덜 저축하면 살던 대로 살 수 있었다. 고작 10만
원이었다.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조금 더 쓰고 편하게 살
자는 마음이 자주 일었다. 맞다. 당연한 말이다. 조금 더 써서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
한다. 소비가 만족스럽다면 지출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조금 더 쓴다고 해서 편해지지는 않았다. 키즈카페에
가면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가서 먹게 되는 온갖 과자와 젤리
때문에 집에 올 때 내 마음은 죄책감으로 무거웠다. 아이들 손
발에서 줄줄 나오는 땟국물을 보면서 ‘나 편해지자고 데려갔구
나’ 싶었다. 키즈카페도 줄일 수 있으면 줄여야 했다.
특히 식비에 들이는 돈이야말로 충동구매의 향연이었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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