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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의 결혼은 순조로웠으나, 그렇다고 쉽지도 않았다. 우
리는 어렸고, 어린 만큼 모은 돈이 적었다. 양가 부모님에게 의
존해서는 안 됐다. 그렇다고 예단 같은 결혼식 의례를 간소화
할 배짱도 당시에는 없었다. 남들 같은 결혼식을 치렀고, 결국
신혼살림은 남들과 같을 수가 없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어야 했다.
월세 4만 원짜리 신혼집은 전용면적 14평인 작은 복도식 임
대아파트였다. 다행히 강원도 바닷가 도시에 신혼집을 얻어 월
세가 저렴했다. 작고 낡고 싼 곳에 터를 잡은 덕분에 돈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집세만 작고 귀여운 게 아니었다. 작고 귀여운 것들이 끊임
없이 향연을 이어갔는데 그중에서도 생활비가 가장 작고 귀여
웠다. 한 달 식비는 60만 원으로 정해 썼고, 때로는 일주일 동
안 돈 한 푼 안 쓰는 무지출 살림에도 도전했다. 불필요한 물건
도 허투루 처분하지 않고 중고로 팔아 현금화하거나 하다못해
식빵 한 봉지로 바꿨다. 식재료를 살뜰하게 소진하기 위해 냉
98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