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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에 있다. 즉, 고통은 선택의 결과다. 고통에 빠져 있는 많은 이들
에게 이 말은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 슬픔과 고독, 분노와 무력감,
절망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고통도 선택이라는 건
지 의아할 것이다.
이 의혹에 대답하기 전에 우선 정서와 감정에 관한 연구를 살펴
보기로 하자.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리사 펠드먼 배
럿 Lisa Feldman Barrett 은 30년 가까이 감정을 연구해왔다. 수백 개의 대뇌
를 단층 촬영했고 수천 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수백 건의 생리
연구를 진행했다. 그렇게 감정과 관련된 거의 모든 대뇌 영상 연구
를 검토한 뒤 배럿은 자신의 저서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How
Emotions Are Made? 》에서 감정은 결코 선천적이지 않으며 감정의 변화는 온
전히 후천적 경험과 자기 선택의 결과라는 새로운 결론을 제시했다.
배럿이 내린 결론은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 Steven C. Hayes 의 연구
성과와 약속이나 한 듯 일치한다. 고통이 지식 구축 패턴에서 비롯된
다는 것이다.
가령 중요한 시합에 출전을 앞두고 있으면 심박이 빨라지고 근
육이 긴장하며 손에서 땀이 난다. 배도 아플 것이다. 예전에 불안발
작을 겪어본 적이 있다면 이런 생각도 들 것이다. ‘망했다. 너무 긴장
돼. 또 초조해졌어. 이러면 시합을 망칠 텐데.’ 그러면 정말 초조해지
기 시작하고 이와 맞아떨어지는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난다. 자기 투
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몸의 반응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흥분과 긴장
으로 인해 손에서 땀이 나는 것은 무기를 세게 쥐거나 나뭇가지를 꽉
026 1장.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