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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삶은 통제 불능이에요. 하루하루가 절망, 자책, 슬픔뿐이에

                    요. 저처럼 자식을 잃은 엄마들이 위로해주곤 하지만 도무지 빠져나

                    갈 길이 없네요. 아이 사진을 볼 엄두도 나지 않아요. 어떨 때는 제
                    자신이 슬픔에 갇혀 있기를 원하는 것만 같아요. 강해져야 한다는 말

                    에는 거부감이 들고 그런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아요. 다시는 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산수이는 딸을 잃은 비통함에 본능적으로 진실을 외면한 채 부

                    정적 느낌과 생각에 침잠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결국 심신의 자원을

                    소모해버렸다. 이런 방법은 슬픔을 해결하는 데 효과가 없을뿐더러
                    깊은 막막함과 취약감을 불러온다. 이런 상황에 부닥치면 인생이 뿌

                    리부터 흔들리는 것 같다.
                        몇 년 전 중증 우울증을 진단받은 아칭           阿靑 은 결혼 3년 차로 남편

                    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문제를 겪

                    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일할 때 온몸에 가시가 돋친 것 같다
                    고 해요. 너무 방어적이라고요. 늘 머릿속에서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

                    게 맞았던 장면, 제가 어떻게 해볼 수 없었던 그때가 떠올라요. 요즘
                    은 집에 있을 때도 점점 성질이 거칠어져요. 한 번은 남편이 두려워

                    하면서 그러더라고요. 화낼 때 눈빛이 너무 무섭다고요. 이 말을 듣

                    고 거의 절망했어요. 남편은 저를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어
                    떻게 해야 제 삶을 바꿀 수 있을까요?”

                        열아홉 살 샤오커      小可 는 자살 충동에 시달려 나를 찾아왔다. “이

                    상한 부모님 탓에 열 살 무렵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 있을 줄은 몰랐네요. 성격도 엉망이고 앞날도 뻔해요.





                    하루 한 번,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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