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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틀린은 팀이 판타지의 대상일 뿐 어울리는 남자는 아니라는

             걸 예리한 판단력으로 똑똑히 알고 있었다. 팀은 케이틀린이 필요한
             걸 해줄 능력이 없었다. 마케팅 일을 했고 매력적이었지만, 얼마 전
             두 번째 배우자와 이혼한 뒤 정서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혼란스러

             운 상태였다. 두 명의 전처와 사이에서 낳은 어린 자녀 셋의 양육비
             를 대야 했고 자신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다. 케이틀린은 이런 사정

             을 백번 알고 있었지만 행동은 영 딴판이었다. “그때 저는 ‘열추적 미
             사일’ 같았어요. 자나 깨나 팀의 연락을 기다리고 다음 약속을 잡고,

             만나기 전엔 그의 환심을 살 만한 말들을 속으로 되뇌어보곤 했죠.”
             케이틀린이 팀에 대해 품었던 환상은 ‘팀이 나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팀 스스로 깨닫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연정과 욕정
             을 품고 있다고 열정적으로 맹세하는 것이었다.
                케이틀린의 머릿속에는 두 종류의 대화가 맴돌았다. 하나는 팀

             이 “사랑해”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케이틀린이 그 고백에 “꺼져버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어찌해서 팀을 만나

             더라도 팀의 변덕은 죽 끓듯 종잡을 수 없었다. 어떨 때는 온갖 매력
             을 발산해 성적으로 유혹하다가도, 어떨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없

             는 사람 취급했다. 그러면 케이틀린은 애간장을 태우며 오매불망 연
             락을 기다렸다. 일 분 간격으로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어떤 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메시지가 오면 읽고 또 읽어보며 또 다른 의미가
             겹겹이 숨어 있지 않은지 해독하려 했다. 그래 봤자 실망하기 일쑤
             였고 더 심하게 안달복달하며 다음 메시지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급기야 새로운 역학 관계를 구상했다. 팀을 차버리면 도리어 귀찮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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