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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어머니는 방과 후 케이틀린을 데리러 올 때 걸핏하면 늦었다. 어

             머니를 기다리며 버스 정류장 뒤에 숨어 있던 어느 날은 너무 창피
             하기도 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두렵고 무서워서 화가 머리끝까
             지 났다. 이후로 이런 감정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케이틀린은 이

             얘기를 하면서 연신 ‘창피했다’ ‘두려웠다’라는 단어를 썼다. 그래도
             어머니를 깊이,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 사랑 때문에 마음을 다치고

             분노를 느끼며, 서로 다른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케이틀린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시 케이틀린은 어린아이들에게

             서 흔히 나타나는 ‘마술적 사고magical thinking’를 했다. 자신의 행동이
             엄마의 음주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것이다. 착한 아이

             가 되면 엄마도 좋은 엄마가 되리라 믿었고 엄마가 술에 빠져 사는
             건 자신이 나빠서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해졌다.

                이렇듯 케이틀린은 인생에 균열이 간 상태에서 열일곱 살 때 대
             단히 충격적이고 비참한 일을 겪었다. 한없이 인자하고 성공 가도를

             달리던 아버지에게 느닷없이 마음의 병이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다 집 근처 숲에서 목을 매달았다. 자살 전 아주

             짧은 기간 동안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했는데 가족들로서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케이틀린은 아버지가 떠난 뒤

             로 배 속 가득 청산가리를 넣고 다니는 기분이었다고, 참으로 훌륭
             했던 아버지를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너무도
             비참한 사연에 의식이 멍해지면서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나였다면

             감당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하자 케이틀린은 울먹였다. 아버지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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