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P. 13

따라다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관계를 끊어버렸다. 이는 연인 관

                 계에서 흔히 나타나는 행동 패턴으로 “내 눈앞에서 썩 사라져”라고
                 말하지만 실은 “치고받고 싸워서라도 나를 쟁취해. 더 가까이 다가
                 와. 날 원한다고 말해”라는 뜻이다. 이런 패턴은 부모 자식 사이에서

                 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케이틀린은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영향으로 스스로에게 당당한

                 자신이 되고 싶었으나 내면에서 꿈틀대는 욕구는 반대였다. 자석과
                 같은 절대적 힘으로 팀에게 강하게 이끌렸다. 그 힘의 원천은 또 다

                 른 자아, 즉 엄마의 관심을 애타게 바라는 어린 자아였다. 엄마처럼
                 자신을 일관성 없게 대하는 팀을 보면서, 자신이 나쁜 사람이고 사

                 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케이틀린은 줄곧 바닥을 응시하며 얘기하다 나를 힐끗 쳐다보
                 더니 내가 잘못이라도 지적할까 봐 불안해했다. 자신에 대해서 너무

                 속속들이, 치부까지 다 드러냈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흠을
                 잡거나 비난하는 투로 얘기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자 안도했다.

                 그렇게 우리 관계는 서서히 편해졌다. 그런데 내가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을 평가해야 한다고 하자 케이틀린은 식겁했다. “선생님도 날

                 버릴 건가요?”라며 신경을 곤두세우더니 바로 눈물을 보였다. 내가
                 예고 없이 상담을 마무리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나는 상담이 언제

                 끝날지는 둘이서 함께 결정하는 거라고 했다. 케이틀린에게 아버지
                 나 남편처럼 어느 날 홀연히 자신의 삶에서 사라지는 일이 없을 거
                 라는 것을, 그런 행동 패턴을 답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확실히 각

                 인시켜야 했다.





                    29                                       1장 배우자를 잃다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