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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고 시간을 두고 조금씩 알아들을 수 있는 만큼만 알려주기로 했

             다. 사실 케이틀린은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줘야 했다. 아이
             들은 진실을 모를 때 자신도 모르게 혼자 추측해서 이야기를 지어내
             게 되는데 그것이 진실보다 무서울 수 있다. 진실을 말해줘야 엄마

             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그래야 믿을 수 없을 만큼 힘들고 두려운 시
             기에 온 식구가 신뢰를 기반으로 꿋꿋이 버틸 수 있다.

                케이틀린은 애들에게 말했다. “아빠가 많이 편찮으시단다. 아플
             때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들이 낫게 해주는데 아빠는 너무너무 아

             파서 의사 선생님들이 낫게 해줄 수 없을 정도란다.” 애들은 처음엔
             안 울더니, 케이틀린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어보며 울음을 터뜨리

             자 덩달아 울먹거렸다. 울어도 괜찮다고, 다 같이 울어도 전혀 문제
             가 없다고 엄마가 몸소 보여준 것이었다. 이윽고 애들은 질문을 쏟
             아냈다. 아빠가 정말로 죽는지, 그러면 자기들도 죽는지 등을 물었

             다. 케이틀린은 다정한 눈빛으로 솔직히 말했다. “아빠 몸이 안 움직
             이고 가만히 있으면 돌아가셨다는 뜻이야.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

             지만 너희들한테 사실대로 얘기해줄게.” 그러고는 평소대로 차를 주
             고 목욕을 시키고 잠자리에서 동화를 들려주고 여느 때보다 더 꼭

             안아줬다. 아이들은 진정이 됐다. 정말이지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
             는 대화였다. 그 뒤로 몇 주 더 그런 대화를 나눴다. 말하기 어려웠지

             만 케이틀린은 엄마로서 용기를 냈다.
                그 즈음 케이틀린과 친해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케이틀
             린은 안심할 수 있는 장소를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돌아가는 기계

             같았다. 상대에 대한 믿음이 생겨야 긴장을 늦추고 안심하는 성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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