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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자고 했지만 케이틀린은 그럴 수 없었다. 남편에겐 비밀로 하더라

                 도 자신은 소상히 알고 있어야 했다. 케이틀린은 자기 안의 거침없
                 이 강인한 자아가 “선장이 배가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면 말이 안 되
                 지”라고 했다면서 연신 흐느꼈다. 남편의 알코올 중독으로 둘의 사

                 이가 나빠졌어도 사랑이 식은 건 아니었다.
                    케이틀린이 무엇보다 염려하는 것은 어린 두 자녀였다. 아홉 살

                 키티와 여섯 살 조비한테는 아빠가 죽게 된다는 말을 안 했다. 애들
                 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두려웠다. 두려움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종잡을 수 없는 미래가 두렵고, 혼자서 아이 둘을 감당할 수 있을지
                 불안했고, 돈 걱정도 많이 됐다. 남편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아이들

                 앞날은 어떻게 될지 무서웠다. 남편의 죽음이 두려운 건 말할 필요
                 도 없었다. 그야말로 망망대해 한가운데였다.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인 것도 숨겨왔다. 아이들이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갑작스레 남편이 떠나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절대 그럴 일은

                 없길 바랐다. 애들이 뭐라도 알고 있지 않는지 묻자 케이틀린은 아
                 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나는 애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그럴 리 없다

                 고 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으면 대번에 눈치를 챈다고, 정확히
                 는 몰라도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고 일러줬다. 실제로 애들은 “아빠

                 가 아빠 같은데 작아졌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남편과 함께 애들한테 아빠의 상태를 얘기해주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케이틀린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그럼 일단 아빠가 편

                 찮으신 걸 알고 있는지부터 물어보자고 했다. 단, 한 번에 다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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