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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안심’은 우리 상담 중에 거듭해서 언급된 핵심 단어였다. 케이
틀린에게는 자기 얘기를 성심껏 들어주면서도 중심을 잡아주는 믿
음직하고 한결같은 사람,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
얼개와 도구를 제공해줄 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남편을 사랑하면서
도 그간 남편의 행적 때문에 남편을 미워했다. 술독에 빠져 지내온
남편이 ‘가족들에게 독을 먹였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면서 남편
의 죽음이 가족들에게 영원히 씻지 못할 상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케이틀린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해 속에 쌓인 울분과 근심을 마
구 토해냈다. 속사포처럼 말하는 모습이 마치 고통을 느낄 틈 없게
조금이라도 빨리 말하려는 듯했다. 벌겋게 타오르는 석탄 위를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특히 불쑥불쑥 어머니 얘기를 꺼낼 때
가 많았다. 어머니를 애틋이 여겨 어머니와 자주 만나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케이틀린을 키울 때 태도가 한결같지 않았으며 또한 알코
올 중독자였다. 케이틀린은 당연히 어머니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케이틀린은 곧이어 열 살 때 일을 얘기했다. 그러자 깊숙이 박혀 있
던 감정의 뿌리가 드러나면서 버림받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있는
이유가 밝혀졌다.
어린 시절 아픔에서 시작한 치유
케이틀린은 그 시절에 만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머릿속에 각인된 생각이 ‘나는 버림받을 거야’였
25 1장 배우자를 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