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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기심을 발휘하고 있다며 감동의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 남편은 위

             트와 유머도 잃지 않았는데 그 덕에 암과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가족이 하나로 뭉치고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은 “주
             여, 당신은 죽어갔던 것이 아니라 피 흘리는 악몽을 꿨던 겁니다!”라

             고 말하곤 했다. 케이틀린에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불확실함이
             었다. 남편이 언제 눈을 감을지 모르고, 남편이 떠나고 나면 이 모든

             시련이 끝날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감이 안 잡혔다.
                나는 데이비드가 죽기 전까지 케이틀린과 1년 반 동안 만남을 유

             지했다. 그동안 케이틀린은 혼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일하
             고 남편을 간호하고 애들 양육했고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

             렸다. 너무 불안한 나머지 빛이 안 보이고 눈앞이 캄캄하다던 시절
             도 있었다. 그럼에도 두려움을 견디며 살길을 찾았다. 한없이 여린
             줄만 알았던 케이틀린에게 그보다 훨씬 씩씩한 면도 있었다. 자신에

             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두 자아가 공존하
             고 있었다. 케이틀린은 남편이 죽은 뒤에 후회하거나 자책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처럼 불같이 화내지 말고 따뜻하게 대하자고 다짐했다.
             그리하여 부부는 과거에 생긴 갈등의 골을 메울 방법을 찾아나갔다.

             케이틀린은 좋은 향이 나는 오일을 사서 데이비드의 손발을 마사지
             했다. 그러다 볼을 어루만졌고 둘은 깊고 강렬한 포옹과 참된 온정

             을, 참사랑을 나눴다.
                물론 지칠 대로 지쳐서 내게 그동안의 고충을 훌훌 털어놓은 적
             도 있었다. 어떨 때는 남편과 애들 생각에 펑펑 눈물을 쏟기도 했다.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는데 그럴 때면 하는 일마다 더 힘이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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