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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사별로 비탄에 빠진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증상이 바로 수면

                 장애다. 사실 슬픔은 죽을병을 선고받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지 궁리해봤다.
                    케이틀린은 가끔 밤늦도록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했으며, 어

                 쩌다 낯선 상대와 하룻밤을 보낸 뒤 걷잡을 수 없는 절망감과 죄책
                 감에 사로잡혔다. 종종 신경이 날카로워졌는데 원인은 그간 차곡차

                 곡 쌓여온 노여움이었다. 데이비드가 병든 게 다 술 때문이라고 생
                 각하니, 하필이면 자식을 건사할 능력도 없는 사람을 애들 아버지로

                 택했을까 분통이 터졌다. 화는 더 큰 화를 불러일으켰다. 이 모든 상
                 황을 바꾸기에 한없이 무력한 자신에게 격분했다. 잘 극복해낼 거라

                 는 자신감과 끝없는 두려움이 요요처럼 번갈아 찾아왔는데 어떤 시
                 기든 자기혐오의 감정은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데이비드가 자신이 죽는다는 현실에 화를 냈거나 케이틀린을 질

                 투했는지는 케이틀린이 얘기하려 하지 않아서 알 수 없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부부가 서로를 지켜주려는 마음에서 드러내지 않게

                 마련이다.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 질투를 불러일으
                 킬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보통 부부는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 굳이 말

                 로 표현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장례식 이후의 방황



                    데이비드의 증세는 악화일로에 있었지만 조금 더 괜찮은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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