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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브리기테는 독일에서 태어나 외동딸로 자랐다고 했다. 기술자였

             던 아버지는 직업 특성상 세계 각지로 옮겨 다니며 일했다. 브리기
             테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가족은 영국에 정착했다. 브리기테가 교
             육을 받은 곳도, 부모님이 정년을 맞은 곳도 영국이었다. 브리기테

             는 영국 억양이 거의 없었고 말도 상당히 가려서 하는 편이었다. 엄
             마를 보내고 혼자가 된 아버지를 걱정했으며 남편 톰과 10대 딸 젤

             마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젤마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다.

                브리기테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사실을
             들었다. 마침 법원에 변호 업무가 없어 곧장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기차로 네 시간 거리였다. 가는 내내 어머니의 생
             사를 모른 채 벌벌 떨었다. 역에 도착해 병원으로 달려가 안내받은
             대로 복도를 따라 들어갔다. 환한 전등 아래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

             다 겨우 영안실을 찾았다. 어머니는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모
             습은 분명 어머니였는데 영혼이 떠나고 없었어요. 제가 알던 어머니

             가 아니었어요. 몸은 얼음장처럼 싸늘했어요. 두 시간 전 임종했다
             고 하더군요.” 브리기테는 몸서리를 쳤다. 그때 느꼈던 오싹한 기운

             이 아직도 몸속 가득 흐르는 모양이었다. 발을 광적으로 흔들어댔
             다. 나는 브리기테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 순간 브리기테가 느

             끼는 그 냉랭한 기운을 나도 똑같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다.
             브리기테는 기계처럼 말했다. 머리와 가슴이 완전히 분리된 채 남
             이야기를 하듯 했다.

                어머니가 돌연사로 돌아가신 까닭에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자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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