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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했다. 브리기테는 속이 상했지만, 나중에 시신을 보러 가니 예

                 상과 달리 훼손된 흔적은 없었다. 어머니를 다시금 보게 되어 기뻤
                 다. “엄마 옆에 앉았어요. 그리 오래는 아니었지만 이마에 입을 맞추
                 고 이야기도 했죠.” 그러고는 어머니가 좋아했던 장미를 관에 넣어

                 드리고 어머니 옷 중에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혀드린 뒤 늘 발이 찼
                 던 걸 기억해 양말도 신겨드렸다. 가족들은 어머니가 손수 가꾼 정

                 원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장례식 전
                 에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관은 버들가지를 엮어 만든 것으로

                 골랐다.
                    고인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일가친척들이 왔다. 브리기테는 장

                 례식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거의 기억하지 못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린 것 같았다. 영상으로 남기지 않은 것이 영 아쉬웠다. 조문
                 객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말 잘해내고 계세요” “참으로 담대하

                 시네요” 하며 위로했지만 담대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현실
                 이 아닌 듯, 한 편의 초현실주의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꿈

                 같은 세상에서 빠져나오면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와 있길 바랐다.





                    인생의 친구였던 엄마



                    나는 브리기테를 수개월 만나면서 어머니와 보통 가까운 사이
                 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 둘은 날이면 날마다, 때로는 하루에도 여

                 러 번 안부를 물었으며 어머니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딸에게 문자 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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