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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를 보냈다. 모녀 관계가 돈독했다는 사실은 브리기테를 이해하

             는 유용한 정보가 됐다. 브리기테가 그토록 열심히 일한 것도, 성공
             하기를 원했던 것도 다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좋은 일이 생기면 제
             일 먼저 어머니에게 알렸다. 내 눈에 비친 브리기테는 지금의 심정

             을 설명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고, 자아의 일부가
             그 말이 나오지 못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이윽고 한마디를 꺼냈다.

             “있잖아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진실과 마주해 잠시 움찔했겠지
             만, 이 말과 동시에 눈물을 쏟아낸 건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었다. 가

             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 것이었다.
                잠시 뒤에는 어린애처럼 반항적인 말투가 나왔다. “엄마라면 지

             금 이 순간 날 위로해줬을 텐데.” 그러고는 흘끔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엄마를 대신해줄 수는 없었다. 누구라도 그럴 수는 없었다. 그
             것이 복병이었다. 정에 굶주린 사람이 이 정도로 무서울 수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 둘 다 스스로를 위로할 방법
             을 찾는 것이 시급했다.

                어떤 날은 상담 중에 그 전날 애처롭게 울부짖다가 너무 무서웠
             다고 했다. 어머니를 보낸 슬픔이 찾아온 듯했고, 남은 인생에 이토

             록 애타는 그리움이 계속될지 겁이 났다고 했다. 지금껏 브리기테가
             한 모든 일은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 어

             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중요한 모든 일의 의미나 가치를 재평가해야
             했다. 자신이 열심히 사는 데 동기 부여가 된 것은, 딸을 몹시도 자랑
             스러워한 어머니의 마음과 눈길, 사랑스러운 포옹이었다고 얘기하

             고 또 얘기했다. 하지만 이제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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