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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했지만, 남편은 엄마 대신 절실한 무언가를 채워주기에 역부족이

             었다. 남편은 점점 브리기테에게 지쳐갔다. 예전의 브리기테로 돌아
             오길 바랐다. 하지만 브리기테는 예전의 자신으로 절대 돌아가지 못
             할 것 같았다. 새로운 브리기테는 남편에게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

             다.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일종의 보상 심리로 어머니를 여읜 자신에
             게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자격을 주고 성질을 있는 대로 부렸다.

                남편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 결과 남편도 브리기테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악순환이었다. 브리기테는 딸 젤마

             에게도 짜증을 냈고 젤마도 골이 나서 엄마를 피했다. 엄마에게 한
             심하다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브리기테는 젤마와의 관계를 회복하

             려고 젤마를 차로 학교에 데려다 주기 시작했으나, 젤마는 아예 입
             을 닫아버렸다. 급기야 브리기테는 딸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
             다. 브리기테는 외로웠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세상에 홀로 덩그러

             니 놓였고 가슴은 찢어지는 듯 쓰라렸다. 아주 단순한 일조차 하려
             면 버거웠고 안 그래도 없는 기운이 다 빠져나갔다.






                감춰왔던 어린 시절이 드러나다



                여러 주가 지나서 심리치료가 시작됐다. 브리기테는 슬픔에 빠
             져 지내다 보니 위신이 땅에 떨어져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는커녕
             괴물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브리기테가 자신의 여러 가지 모습

             을 한 덩어리로 이해하게끔 도와줘야 했다. 그것이 내 중요한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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