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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기테는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아직은 일에 전념할 정

                 도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직장에
                 복귀했다. 나는 대체 무엇 때문에 자신에게 시련을 주는지, 왜 그렇
                 게 스스로를 압박하는지 궁금했다. 브리기테와 함께 그 원인을 살펴

                 보니 자기 통제와 관련이 있었다. 일하지 않을 때는 자신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슬픔에 잠겨 머릿속으로 어머니를 떠올렸다.

                 이러다가 어머니 모습이 기억 안 나면 어쩌나, 어머니를 잊고 살게
                 되면 어쩌나 두려웠다. 살아생전의 어머니를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가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듣고 또 들었지만, 그럴수록 상실감은
                 더해지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멀리 도

                 망치고 싶었다. 그동안 들끓어 오른 분노, 그 소리 없는 분노는 어디
                 빠져나갈 구멍 없이 자기 안에 꼭꼭 갇혀 있었다.
                    브리기테는 이제 혼자나 다름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녔던 곳

                 들, 예컨대 동네 스타벅스와 자라, 좋아했던 레스토랑들은 차마 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 피해 다니려니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음

                 악의 경우 오페라를 비롯한 일부 장르는 위로가 됐지만 그 밖의 것
                 들은 쓸쓸한 기분만 들었다. 겨우겨우 잠이 들어도 눈을 뜨면 눈물

                 범벅이었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겁이 나서 일어
                 나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나마 달리기라도 하면 견딜만해서 아침마

                 다 달렸다.
                    브리기테는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의 자아와 어머니를 잃은 뒤
                 의 새로운 자아 사이의 분열을 느꼈다. 어머니가 죽었으니 자신도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이제 자기가 보살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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