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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하지만 브리기테는 더 멀어지고 말았다. 사람 속을 이렇게 몰

                 라주나 싶어 전보다 더 섭섭했고 분한 마음까지 들었다. 어머니가
                 늘 주위를 맴돌며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았기 때문에 차마 부부 관
                 계를 가질 수가 없었다.

                    브리기테의 이런 심정을 곰곰이 되새겨보니, 남편에게 부아가
                 나서 이를 앙다물고 있는 아내와 엄마의 보살핌과 위로가 간절한

                 어린애가 보였다. 브리기테는 어머니가 죽도록 보고 싶어 어머니
                 곁에 꼭 붙어 있었다. 어머니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가교인 어린

                 자아를 떼어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자아를
                 모두 포용할 방법이 없을지 궁리했다. 내면에 두 자아가 공존하면

                 서 각자의 감정을 표현해도 문제되지 않으며, 두 자아 모두 필요하
                 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어머니에게서 멀어지지 않겠다고 남편을
                 밀어낼 필요가 없었다. 상황에 따라 이쪽저쪽을 오가면 되는 것이

                 었다.





                    고통을 키우는 슈퍼우먼 콤플렉스



                    브리기테는 직업 특성상 한번 일을 시작하면 전력투구해야 했고

                 다른 데에는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일이 끝나고 나면 자주 녹초가 됐
                 다. “해도 해도 끝없는 업무와 살림을 동시에 감당하기가 힘겨워요.
                 게다가 한창 사춘기인 젤마가 성질을 부리면 저도 그러고 싶어진다

                 니까요!” 브리기테는 늘 해결사 노릇만 하고 누군가의 버팀목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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