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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이 미칠까?
우즈 홀 콘퍼런스가 열릴 당시 칠십대 후반이었던 존 에버하드는
복잡한 인물이었다. 그는 카네기멜론대학교의 건축학과 학과장을
비롯해 중요한 직책을 여럿 맡고 있었다. 에버하드는 백인 개신교도
남성들이 건축을 독점하던 시절에 미천한 신분에서 출세한 사람이
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 Frank Gehry도
한때는 아내에게 출세하고 싶으면 성을 골드버그 Goldberg로 바꾸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골드버그’는 상류층 백인들 가운데 흔한 성이다–
옮긴이). 에버하드는 어쩌면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힘겹게 얻은 권위를 과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권력
을 휘두르고 결과를 빨리 얻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고, 일을 해내기
위해서 가끔은 눈물을 쏙 뺄 정도로 아랫사람들을 몰아붙이기도 했
다. 그러나 겉모습은 그렇게 거칠지라도 내면은 부드러운 사람이었
다. 에버하드는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한 비전과 유산에 관해 이야기
할 때면 거의 눈물을 흘리다시피 했다. 또한 그는 건물 스케치를 빠
르고 세밀하게 해내는 재능 있는 예술가이기도 했다. 그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들을 늘 탐독했는데, 우즈 홀 콘퍼런스가 열린 시기
에는 특히 신경과학 분야의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2002년에 에버하드가 미국건축가협회 연구소장이라는 직책을
맡았다는 사실은 일종의 모순이었다. 미국건축가협회는 ‘연구’ 면에
서 협회의 역할에 양면적 태도를 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미국건축가
협회의 주된 임무는 연구를 감독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44 힐링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