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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환자들이 진통제도 덜 복용했다. 연구 결과는 실로 드라마틱했
고, 통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울리히는 이 연구를 위해
환자를 46명만 선정했다. 연령・성별・흡연 여부・이전의 입원 환경・
수술받은 연도・병실의 층수 등 회복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들
을 통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연풍경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입원한
환자 한 명과 벽돌담이 내다보이는 자리에 입원한 환자 한 명을 같
은 간호사가 담당했으므로 간호는 회복 속도에 영향을 끼친 요인으
로 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의혹을 품었던 사람들조차도 결국 이 연
구 결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연이 치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은 수천 년 전부터
있어왔다. 그리스 신화 속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모시는 신전
이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세워졌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런데 20세기 말의 첨단 병원들은 대개 최첨단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병원에 각종 판독장치들과 엑스
선 장비들이 많을수록, 뇌전도와 심전도를 자주 측정할수록, 생화학
적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정교하게 할수록 더 좋은 병원으로 여겨
졌다. 병원의 물리적 공간은 환자들보다는 장비들에 최적화되는 경
우가 많았다. 1970년대 초에는 방사선과에만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
는 병원들이 있었다. 방사선과의 민감한 장비들은 여름날의 열기에
고장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 들어서 의료기술에 의존
도가 높아지고 그에 대한 경외감이 커지면서 환자들의 안위는 뒷전
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병원 설립자들은 기술이 환자들의 요
40 힐링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