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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는 쾌적하고 아늑하다. 이제 시트를 만져도 분필로 칠판을 긁는
소리처럼 소름끼치지 않는다. 더는 사람들을 피하지 않는다. 재잘거
리며 병실로 들어서는 간호사도 반갑기만 하다.
질병의 파괴적 힘이 치유에게 자리를 내주고 떠나는 시점이면 이
런 변화들이 일어난다. 모든 면에서 실로 하나의 전환점이다. 마음
이 자신의 내면에서 바깥세상으로 초점을 옮긴다. 의사와 간호사들
은 잘 안다. 환자가 바깥세상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 치유가 시작
되는 첫 번째 신호라는 것을. 그러면 반대로 환경이 우리에게 영향
을 주기도 할까? 주변 공간이 치유에 도움을 줄까? 치유에 더 도움
이 되도록 공간을 설계할 수 있을까? 물리적 환경의 특성을 무시한
다면 치유 과정이 길어지거나 병이 악화되기도 할까?
물리적 공간이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는 과학적 근
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제를 다룬 최초의 연구 결과가
1984년 《사이언스 Science》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병실 창
으로 자연풍경이 내다보일 때 환자들은 더 빨리 회복되었다.
창밖 풍경이 당신을 치유한다
그날 저녁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미국 매사추세츠주 남동부의 버
저드만 灣에 모였을 무렵,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은 타는 듯 붉게 물
들어 플라스틱 잔에 든 화이트 와인마저 불이 붙은 듯 보였다.
1. 심리학이 건축을 만났을 때 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