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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여기 짱은 나야!”

                나는 불안증이 커다란 의사 가운을 입고 내게 이래라저래라 명령
              하는 아주 작은 아이라고 상상하기도 했다. 이 상상은 꽤 도움이 됐

              다. “꼬마야, 너 아주 귀엽구나. 근데 이제 부모님을 찾으러 가자. 아
              니면 널 고아원에 보내야 할지도 몰라.”          ■

                그런 깨달음을 얻은 뒤, 내가 불안증을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셋째, 내 삶과 내가 처한 상황을 찬찬히 둘러보자 이제껏 깨닫지
              못했던 사실들이 처음으로 분명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먼저

              내게는 사생활과 일의 경계가 없었다. 시간제한 같은 것도 없었다.

              나는 몇 시간이고 컴퓨터 앞에 앉아, 뇌가 쉬지 않고 움직이게 놔두
              기 일쑤였다. 여기에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구들은 뇌가

              계속 흥분 상태에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증명한다. 그래서 나는 시
              간제한을 두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특정 시간에 이르면 하

              던 일을 손에서 놓았다. 낮 동안 불안증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 해
              도, 밤에 다시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글을 쓰지 않

              았다.

                나는 정신없이 돌아가던 삶의 속도를 늦췄다. 천천히 정신적 다
              이어트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양로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  나는 말 안 듣는 아이들을 고아원에 보내버리자는 생각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내 상상 속에 살고 있는 못된 아이들에 국한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을 위한
                 상상 속 고아원은 아주 근사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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