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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불안증을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리고 내가 한 모든 노력들이 모여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몇 달
이 지나자 지속적으로 일어났던 심각한 불안발작이 사라졌다. 그
뒤로 일이 년간은 긴장 상태로 살았지만 심각한 발작이나 증세는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는 내가 더 이상 불안증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도 일조했다. 나는 불안증이 왔다가 지나가도록 문을 열어두
었다. 나는 불안증에게 이렇게 말했다. “들어와도 돼. 그리고 네 모
습을 드러내도 돼.” 뉴에이지 사상처럼 들리고 어쩌면 바보같이 들
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건 진심이었고 진리였다. 나는 더 이상 불
안증을 신경 쓰지 않겠다고, 그게 있든 없든 내 할일을 해나가겠다
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그 결심을 지
켜냈고 괴물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불안증을 증오하지는 않는다. 불안증에도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는가? 정말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불안증을 겪고 난 뒤 더 나은 사람이 됐다. 지
금의 내가 끝내주게 멋진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건 내가 결정
할 문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불안증의 얼얼한 고통을 느낀 뒤 나는
이전보다 훨씬 더 인정 많은 사람이 됐다. 또 불안증이 온 시간을 활
용해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좋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지붕에서
물이 새네. 지붕을 고치고 재정비해야겠군!’ 하고 결심한 것과 같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왕 불안증이 찾아왔으니 이롭게 써먹자는
것이다. 그 멍청한 괴물에게 빗자루를 쥐어주고 청소를 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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