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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노래를 만든 사람 중에도,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 중에도 마찬가

              지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사람들은 불안증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다. 불안증은 이 사람 저 사람을 옮겨 다니고, 잠시 찾아왔

              다 다시 떠나기를 반복한다. 당신만 불안으로 고생하는 것이 아니
              란 이야기다.

                아홉째, 불안증은 부끄럽게 여길 것이 아니다. 당신이 메뉴판을

              보다가 공황 상태에 빠져 화장실에 숨었다고 하자.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당신이 불안해서 너무 빨리 말한다고 하자. 그게 뭐 어떻
              단 말인가? 불안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장문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

              했다고 하자. 그게 또 어떻단 말인가? 펜을 쳐다보다 갑자기 불안

              발작이 일어나 글을 쓸 수 없게 되었다고 하자. 또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그래서 큰일이라도 생겼는가? 아니다. 문제될 건 아무것

              도 없다. 나도 다 겪어본 일이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숨어있던 공간
              에서 나와 그 펜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면 될 일이다. 아니면 당신

              을 발작하게 만든 그 펜을 보며 “괜찮아. 넌 정말 좋은 펜이야”라고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뭐 어떻단 말인가. 당신이 국제

              적으로 논란이 된 사건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면 문제될 건 없다. 그

              리고 장담하건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Vladimir
              Putin이 아니라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만약 푸틴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나는 내 독자층을 심각하게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당
              신은 끔찍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당신이 한 일

              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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