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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나는 우울증에 빠져 전문가의 도움을 구했다. 심리치
료를 받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나 역시 처음에는 치료사가 내 어려
움을 해결할 새로운 방법이나 기술을 가르쳐줄 줄 알았다. 그런데 놀
랍게도(그리고 대개는 불쾌하게도) 치료사는 내가 하는 모든 말을 신
중하게 들은 다음, 내가 그때까지 모르고 있던 감정적 측면에 대해 전
혀 예상하지 못한 얘기를 꺼냈다. 나는 상당수 인정하지 않았고 이따
금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나도 모
르게 그의 통찰을 증명해줄 사례를 물어다줬고 결국엔 그의 말을 받
아들이게 됐다.
심리치료사가 되고 30년 동안 나도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일했
다.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들이 무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많은 것이 들린다. 참기 어려운 욕구, 차마 인정
할 수 없는 분노, 악의적인 시기와 질투, 파괴적인 수치심 등 너무 강
렬해서 받아들이기 힘든 감정 말이다. 나는 그들이 그 감정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즉 심리적 방어기제를 스스로 이
해할 수 있게 돕는다. 또, 특정한 방어기제 때문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거나 자기 자신과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바로 여기에 심리적 방어기제의 문제가 있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는 고통에 대처하기 위해 그 기제가 꼭 필요하고 유
용하지만, 너무 깊숙이 박혀버리면 직면해야 할 중요한 감정에 접근
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헤어날 길 없는 슬픔에 일시적으로
방어기제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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