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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내가 모르는 ‘나’










                       전에도 아버지는 자신을 조금밖에 알지 못했지.

                                                       — 《리어왕King Lear》  1막  1장










                       살다가 한 번쯤 스스로도 놀랄 만한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거나,
                    감정을 느끼거나, 자신도 모르게 내면에서 은밀히 계속되고 있던 뭔

                    가를 불쑥 알아차릴 때가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일 때문에 감정이 폭발
                    하고 나면 ‘내가 이런 강렬한 감정을 계속 무의식적으로 느끼고 있었

                    구나’ 하고 불현듯 깨닫는다. 이를테면 이런 경우다.
                       당신은 야근이 잦은 배우자를 대신해 밀린 집안일을 도맡아 했

                    다. ‘불쌍한 사람,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까.’ 그런데 배우자가 퇴근길
                    에 세탁소에 들러달라는 당신의 부탁에 잠깐 망설이자 당신은 쏘아

                    붙인다. “됐어! 내가 할게!”
                       약속 시간이 다 됐는데 친구가 전화로 약속을 취소한다. “갑자기



                                                                 1. 내가 모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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