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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도 배우자의 외도를 ‘부정’하면 배신당했다는 고통을 피할 수
                    야 있겠지만, 이 재앙 같은 일과 그로 인해 자녀와 친구들이 입을 간접

                    적인 피해와 본인의 자존감 붕괴는 해결할 수 없다.
                       방어기제는 마치 내일은 없다는 듯 지금 당장 작동한다. 경솔하고

                    반사적이며 이 순간의 고통을 피하기만 하면 그뿐, 그 뒤에 어떤 파장
                    이 일어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가끔 우리는 마침내 ‘깨어나’ 진실과

                    마주하기도 한다. 무의식 속에 있던 것이 문득 밖으로 드러나 오랫동
                    안 우리 안에서 몰래 들끓고 있던 것을 깨닫게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지

                    금까지 쭉 그랬듯, 방어기제는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할 때가 더 많다.





                    방어기제와

                    성격


                    심리적 방어기제를 개별적 전략으로 하나씩 이야기하면 각각이 따로

                    따로 사용되는 별개의 기법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마치 골프를 칠 때
                    이번 샷에는 우드, 아이언, 웨지 중 어떤 드라이버를 써야 좋을지 선

                    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습관처럼 자주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한 사람의 성격 전반에 영향을 준다.

                       빌헬름 라이히 Wilhelm Reich는 획기적인 저서   《성격 분석 Charakteranalyse》
                    에서 이 문제를 다뤘다. 지금 영어권 사람들은 ‘캐릭터character’라는 단

                    어를 별난 행동이나 품행을 묘사할 때 사용한다. “그 사람은 정말 괴
                    짜야He’s such a character.” “그 여자는 성품이 좋아She’s a woman of fine character.”



                                                                 1. 내가 모르는 ‘나’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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