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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 신념에 따르면 부자들은 자신들의 부에 대해 죄의식을 느낄 필

                    요가 없다. 재능과 우월성을 타고난 그들에게 부는 불가피하게 따라
                    오는 결과다. 그의 책은 미국에서 대단히 많이 팔렸다.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 John Kenneth Galbraith는 이렇게 썼다. “스펜서는 미국
                    인들의 복음이었다. 미국 자본주의에게 필요한 것과 그의 견해가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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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인간 존재는 실상 “유전자를 전
                    달하는 기계”라고 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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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 다윈의 이론을 다른 방향으로 변주했다.  ‘이기적 유전자’라는
                    그의 은유는 (유전자가 실제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할 의도는 전
                    혀 없었지만) 이기심이 우리 존재 깊숙이 숨어 있다고 보는 사유의

                    긴 역사와 공명하는 대중과학의 유명한 캐치프레이즈가 되었다.
                       서구인들의 마음속에 이 이야기를 굳게 다지는 데 기여한 마지

                    막 중요 인물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였다. 《문명과 그 불만
                    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1930) 같은 저서에서 프로이트는 인간의 본

                    성에 관한 낭만적인 환상을 모조리 벗겨버릴 작정이었다. 유럽이 그
                    때 간신히 막 벗어난 세계대전을 돌이켜보면 더욱 그랬다. 그는 특

                    히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가차없이 무자비하
                    게 다루었다. “그것만큼 인간의 타고난 본성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온화한 생물이 아니라 공

                    격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썼으며, 심지어 아기들도 자기 이익을 위
                    해 무조건 달려든다고 주장했다. 프로이트는 홉스처럼 인간은 적절

                    한 통제가 없으면 동족들을 배려한다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잔혹한
                    야수가 된다고 믿었다. 인간은 리비도와 공격성에 따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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