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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자아를 재발견하려면 그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낸 책임이 누구

                    에게 있는지를 밝히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유력한 용의자는 네 명
                    있다.

                       현대의 서구 사상에서 이기심의 서사를 시작한 것은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다. 홉스는 1651년 《리바이어던

                    Leviathan》에서 인간들을 (어떤 형태의 정부도 없이) 자연상태에 내버
                    려둔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라는 결과가 나올 것이며, 인생

                    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사악하고 야만스럽고 짧을 것”이라고 썼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인간처럼 선천적으로 자기본위적이고 난폭한 생
                    물체에게는 그들을 통제할 독재정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홉

                    스는 보편적 이론을 구축하려고 했지만 그의 사상은 다분히 그가 살
                    던 시대의 산물이었다. 인간의 본성이 그처럼 부정적으로 그려진 것

                    은 당연히 그가 영국 내전기의 피비린내나는 격동 속에서 책을 썼다
                    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사실도 《리바이어던》이 서구

                    지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작 가운데 하나로 올라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 책은 내가 1980년대 후반에 정치학을 공부했을 때도 여

                    전히 필독서 목록의 윗자리에 올라가 있었다.
                       18세기에 이르러 이기심의 이데올로기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계

                    몽주의 사상가 애덤 스미스 Adam Smith라는 새 지지자를 얻었다. 그는

                    이 맥락에서 특이한 존재다. 공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제에

                    관한 그의 견해는 《국부론 The Wealth of Nations》(1776)에 나오는 이기심
                    에 관한 급진적 이론 때문에 거의 완전히 빛을 잃었다. 스미스는 만





                    48     공감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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