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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적은 동료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의 동의도

                         없이 성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그의 소유물을 손에 넣고, 그에게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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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을 안기고, 고통을 주고, 심지어 그를 고문하고, 죽인다.  인간의
                         본성을 이렇게 선정적으로(솔직하게 말하면 괴물같이) 바라보는 관
                         점에서는 공감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우리는 300년이 넘도록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이기심에 의해 결정된다는 지배적인 견해에 푹 젖은 채 여기, 21세

                         기 초반에 와 있다. 서구문화가 이 견해를 완전히 흡수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 언어에는 인류의 어두운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표현들이 잔뜩 흩어져 있다. 이를테면 ‘자기중심주의’라든가

                         ‘좋은 사람은 꼴찌로 들어온다’ 같은 말들이다. 경제학 수업의 중심
                         가설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는 존재라는 것이

                         다. 신문을 펼쳐도 협력보다는 갈등에 관한 소식을 읽을 확률이 더
                         크다. 공감이 발휘된 사건이 머릿기사로 실리는 일은 드물다. 할리

                         우드 영화의 특기는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인간적 잔혹성을
                         주 메뉴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흔히 ‘액션영화’라는 완곡

                         어법으로 소개된다. 아이들은 농장에서 동물이 뛰노는 이야기를 읽
                         다가 순식간에 그 단계를 뛰어넘어 상대방을 쏴 죽이는 것이 목표인

                         컴퓨터 게임의 세계로 들어선다. 마치 홉스식 세계관이 그려낸 악몽

                         에 사로잡힌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어쩐 일인지 이 모든 과정이
                         아주 정상이라고 여긴다.

                             강력한 사상가 4인방인 홉스·스미스·다윈·프로이트와 그 추종
                         자들의 지적 공격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간에게 이기심 못지않게 공





                                                      첫 번째 습관: 두뇌의 공감회로를 작동시킨다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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