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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지나친 단순화 37
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떻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전혀 모른다.
결국 ‘특정 약물을 얼마나 쉽게 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인인 것
같다. 2010년 여러 국가의 약물 사용 패턴을 비교 연구한 결과에 따르
면, 마리화나·알코올·니코틴 등의 ‘초기’ 약물은 다른 약물 사용으로
이어지지만, 각 초기 약물의 입수 가능성에 따라 입문 효과의 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일본은 마리화나 사용률이 아주
낮지만(연구 대상자 중 스물아홉 살 전에 시도해본 사람은 1.6퍼센트
에 지나지 않았다), 초기 약물을 사용하기 전에 더 강한 불법 약물을 사
용하는 비율은 높다. 그러니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마리화나를 제한해봐야 다른 약물의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마리화나가 합법인 주에서도 연방법을 시행하겠다는 크리스티 주
지사의 말에는 곱씹어볼 만한 또 다른 흥미로운 요인이 있다. 약물의
불법성이 오히려 입문 효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타당한 얘기다. 한 가지 불법 약물에 접근하다 보면 다른 불법 약물
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반면 편의점에서 맥주나 담배
를 살 수 있다고 해서 더 강한 불법 약물인 메탐페타민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 하는 법적 상태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증거가 있
다.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즐길 수 있는 네덜란드를 보자. 네덜란드
의 마리화나 사용자 100명 중 15명은 한 번 이상 코카인을 사용해본 경
험이 있다. 이는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노르웨이처럼 마리화나가 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