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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지나친 단순화 33
등 과학을 논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곳이라면 이 자명한 이치를
알아야 한다. 한 상황이 다른 상황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전자가 후자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아이스크림 판매가 늘어나
면 폭력범죄와 살인이 더 많이 발생한다.’ 우리가 여름에 즐겨 먹는 간
식이 살인사건에 책임을 져야 할까? 물론 아니다. 순전히 우연의 일치
일 뿐이다. 폭력사건이 여름에 최고점에 이른다는 증거는 수도 없이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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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유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하나의 미스터리다.) 공교롭게도
아이스크림은 겨울보다 여름에 훨씬 더 당긴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
든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만큼 분노에 휩싸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코카인이나 헤로인, 메탐페타민 같은 약물이 순서상 마리화
나보다 뒤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서 마리화나를 마약중독의 원
인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과학의 그런 기본적인 신조는 자기에게 유리한 얘기를 만들어내려
는 정치인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 약물과 범죄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
고 싶었던 크리스티는 마리화나가 실제보다 더 나쁘게 보이도록 만들
기 위해 약물 사용의 순차적 성격을 이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마리화나의 입문
효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다만 국립약물남용연구소의 와이스
가 말했듯 확정적이지 않을 뿐이다.
쥐 같은 설치류를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
견했다. 2007년 《신경정신약리학 Neuropsychopharmacology》에 발표된 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