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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논거로 흔히 거론되는 것이 양수검사다. 양수검사란 감염
                 이나 선천적 결함, 유전적 문제들을 검사하는 절차로, 양막낭에 주삿

                 바늘을 찔러넣어 검사한다. 우리가 뜨거운 불에 닿자마자 손을 홱 빼
                 는 것처럼 바늘에 발뒤꿈치를 찔리면 태아는 움찔할 것이다. 이런 반응

                 때문에 태아가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의학협회저널》
                 이 2005년에 발표한 보고서는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촉각

                 자극에 대한 회피성 굴곡 반응은 식물인간 상태가 지속되어 피질 기능

                 을 상실한 사람과 무뇌증 아기들이 대뇌피질과 상관없이 보이는 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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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사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우리 몸은 뇌가 ‘통증’으로 처리하지 않
                 는 ‘상해(통각이라 불리는 과정)’를 지각하고 거기에 반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사작용이란 자신도 모르게 손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통증은

                 어느 정도의 의식이 필요한 반면, 통각은 그런 것이 전혀 필요 없다.
                    서로 모순되는 연구들이 뒤죽박죽 엉켜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

                 다. 《미국의학협회저널》이 결론을 내리면서 사용한 단어에 주의해야

                 한다. “태아가 통증을 느낄 가능성이 낮음을 암시한다.” 세계적인 전문
                 가들도 다른 전문가들이 주의 깊게 검토하는 학술지에 글을 실을 때에

                 는 단정지어 말하기를 꺼린다. 공화당 의원들과 달리 말이다. 국회의
                 원들은 쟁점과 관련된 논란을 아예 차단해버리기 위해 ‘명백한’ ‘확정된’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지나친 단순화’의 특징이다. 정치
                 인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과학은 생각만큼 그리 명료하지 않다.

                    더 나아가 정치인들은 복잡한 과학을 대충 이용해먹다가 지적당하

                 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복잡한 문제를 간결하고 인상적인 어구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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