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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지나친 단순화                                              27





                          태아의 통증을 막기 위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
                          람들은 임신 후기 전의 태아가 통증을 느낀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논문만 언급한다. 다른 정보들을 함께 고려하면 그 결론은 무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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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2005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연구

                    자들은 유효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저명한 학술지 《미국의학협회저널

                    JAMA》에 발표했다. “태아의 통증 지각 능력과 관련된 증거가 그리 많지
                    는 않지만 그 증거들은 임신 후기 전에 태아가 통증을 느낄 가능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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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음을 암시한다.”  임신 후기란 임신 27~28주 이후를 말한다.
                       임신 20주 이후 낙태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증거는

                    정밀한 조사 앞에서 맥을 못 춘다. 2007년 《행동 및 뇌과학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에 실린 뒤 자주 인용되는 한 논문에서 스웨덴의 신경과학

                    자 비요른 메르케르 Bjorn Merker는 “대뇌피질이 거의 없는 채로 태어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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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도 통증을 경험한다는 증거” 가 있다고 썼다. 이는 곧 피질이 완전
                    히 형성되지 않아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고, 그러면 발달 이

                    정표가 몇 주 앞으로 당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메르케르가 논문에서
                    다룬 대상은 그냥 태아가 아니라 무뇌증 아기들(뇌가 거의 없이 태어나

                    는 아기들로, 대부분 출생 후 오래 살지 못한다)이었다. 그러므로 같은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메르케르는 2013년 《뉴욕타임스》와의 인

                    터뷰에서 자신의 논문은 태아 통증 문제와 “거의 관련이 없다”라고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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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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