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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알 게 뭐야?”
                    ‘아마도’라는 단어를 덧붙였다면 오바마는 비판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간단히 “가장 더운 해”라는 표현을 건너
                 뛰고 그 뒤의 발언으로 넘어갔어도 좋았을 것이다. “한 해가 추세를 만

                 들지는 않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15개 해 중
                 에 14개는 모두 이번 세기의 첫 15년에 해당한다.”           26

                    해양대기국의 순위표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해가 통계

                 상 가장 더운가보다 이 사실이 훨씬 중요하다. 어느 해가 1등인지 콕
                 짚는 것보다 가장 더웠던 15개 해 모두가 1998년 이후라는 사실에 주목

                 해야 한다. 최근 전 세계의 기온이 극적으로 높아졌다. 오바마의 발언
                 이후 2015년이 94퍼센트 확률이라는 아주 큰 차이로 2014년을 물리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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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2016년도 그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어느 정도의 불확
                 실성은 있겠지만 기온 상승이라는 불안한 추세는 확실하게 입증될 것

                 이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정치인들은 연설에서 인상적인 한 방을 날리기

                 위해 과학이 갖고 있는 참으로 멋진 복잡성의 격조를 떨어뜨리곤 한다.
                 이 장에 소개된 ‘지나친 단순화’의 사례들만 봐도 이 수법은 현실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낙태 규제는 여성이 성 건강과 관련된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만들고, 약물에 관한 잘못된 정보는 교도소를 초

                 만원으로 만들고 여러 사람의 인생을 파탄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를 부

                 정하는 사람들에게 먹잇감을 주면 지구를 구하려는 노력에 해만 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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